주기도문 #7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이 구절은 인간이 겪는 유혹과 시험, 그리고 악의 존재와 그로부터의 구원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구절은 단순히 기도문 안에서 하나의 요청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신학적으로는 하나님의 인도와 보호를 구하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리게네스

초기 기독교 교부인 오리게네스는 주기도문을 영적 전쟁의 맥락에서 해석했습니다. 그는 유혹을 단지 개인적인 죄의 유혹만이 아니라, 악의 세력—특히 악마의 영향력—에 의한 공격으로 보았습니다. 오리게네스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은 끊임없이 유혹과 악의 세력에 의해 시험에 들게 되며, 이 기도는 그들이 그러한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하나님께 보호를 구하는 기도입니다. 오리게네스는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는 구절을 신자들이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한 영적 전쟁의 요청으로 보았으며, 신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기도하는 사람을 시험에 빠지게 하시지 않기를 요청하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보호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악에서 구하소서"는 악마의 영향력에서 구해달라는 요청으로 해석했습니다. 

어거스틴

어거스틴은 이 구절을 하나님의 선하심과 시험 및 악의 문제를 해결하는 신학적 관점에서 다루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은 결코 사람을 시험하지 않으시며, 시험과 유혹은 인간과 악마에 의해 발생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어거스틴에게 있어서 "시험"은 인간의 믿음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악의 세력에 의한 유혹과 고난이었습니다. 어거스틴은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는 요청이 하나님께서 신자들에게 불필요한 시험이나 유혹을 허락하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라고 해석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시험하지 않으시며, 오히려 신자들이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돕기 위해 이 기도를 통해 간구하는 것입니다. 또한 "악에서 구하소서"는 악한 세력, 즉 악마와 그들의 유혹으로부터 구출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어거스틴의 해석에서 중요한 점은, 시험과 악은 하나님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며, 인간이 그들 자신의 의지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결국 시험에 대한 구원과 악에서의 구속은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어거스틴의 핵심입니다. 

마르틴 루터

마르틴 루터는 주기도문을 신학적 주장뿐만 아니라 신앙인의 일상적인 삶을 반영하는 기도로 해석했습니다. 루터는 소교리문답에서 "시험"을 죄에 대한 유혹과 시험으로 보았고, "악에서 구하소서"를 악마의 세력과 악의 영향에서 구원해 달라는 기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루터는 기독교인의 삶에서 유혹과 시험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하나님의 도움 없이는 이겨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루터는 하나님이 사람을 시험에 빠지게 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악에 의해 유혹을 받을 때, 그 유혹을 이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그는 "악에서 구하소서"는 단순히 악마로부터 구원받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악한 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하나님의 능력을 간구하는 기도라고 해석했습니다. 악의 세력은 기독교인의 삶에 지속적인 위협이지만, 하나님의 보호를 통해 그들은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루터는 이 구절을 통해 기독교인이 마주하는 일상적인 시험과 유혹에 대해 하나님의 지속적인 인도와 보호를 구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존 칼빈

존 칼빈은 이 구절을 신의 주권과 인간의 죄성이라는 신학적 틀에서 해석했습니다. 칼빈은 하나님이 사람을 죄에 빠지게 하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시험을 통해 신자의 믿음을 시험하신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시험은 결코 신자의 구속과 선을 해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신자의 믿음을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칼빈은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는 기도를 하나님께서 신자들에게 주시는 시험이 그들의 믿음을 더욱 확고히 하도록 돕는 기도라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그는 "악에서 구하소서"는 악의 세력인 악마나 죄의 지배로부터 구속을 요청하는 기도라고 보았습니다. 칼빈에게 있어서 이 기도는 하나님의 자비로운 구속의 은혜를 구하는 행위였습니다. 칼빈은 시험과 악의 문제를 신의 주권 아래에서 바라보며, 하나님이 모든 시험과 유혹을 통제하시며, 신자는 그분의 도우심을 통해 악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디트리히 본회퍼

디트리히 본회퍼는 유혹과 악을 개인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해석했습니다. 나치 독일 시대에 살았던 본회퍼는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는 기도를 단지 개인적인 죄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도가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악에 대한 저항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특히 사회적 악, 즉 부패한 제도와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에게 이 기도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본회퍼는 "악에서 구하소서"가 단순히 개인적인 죄에서의 구속을 넘어, 사회적 악과 부정의 힘으로부터 구속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는 교회가 사회적 불의와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독교인은 개인적인 구속을 넘어 사회적 정의와 구속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 신학자들

현대 신학자들, 예를 들어 미로슬라프 볼프와 구스타보 구티에레즈와 같은 신학자들은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를 개인적인 유혹을 넘어 사회적, 구조적 악과의 싸움으로 확장해 해석합니다. 구티에레즈는 "악에서 구하소서"를 단지 개인적인 죄의 구속을 넘어서서, 사회적 불의와 억압으로부터의 구속을 위한 기도라고 보았습니다. 미로슬라프 볼프는 "악에서 구하소서"를 전 세계적인 악의 세력과 싸우는 기도로 보았으며, 기독교인은 단지 개인적인 유혹만이 아니라, 폭력, 불평등, 그리고 사회적 부정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론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구절에 대해 신학자들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며, 시험과 악을 개인적인 유혹과 죄의 문제로 보는 동시에, 사회적, 정치적 악과의 싸움으로도 해석해 왔습니다. 모든 해석에서 공통된 점은, 인간이 스스로 악을 극복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도움과 보호를 구하는 기도라는 것입니다. 이 기도는 우리를 시험과 악에서 보호하시고, 구속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깊은 의존을 나타내는 기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