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문 #6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라는 주기도문의 구절(마태복음 6:12, 누가복음 11:4)은 기독교 신학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뤄졌습니다. 이 구절은 처음에는 간단히 보일 수 있으나,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는 기도가 우리가 다른 이들을 용서하는 조건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신학적, 윤리적, 실천적으로 심오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오리게네스

초기 기독교 교부인 오리게네스는 이 구절을 영적이고 신학적인 차원에서 깊이 해석했습니다. 그는 "빚(debt)"을 단순한 금전적인 용어로 보지 않고, 인간이 하나님께 지고 있는 "죄"의 빚으로 보았습니다. 오리게네스에 따르면, 죄는 인간이 하나님께 지고 있는 빚이기 때문에, 이 빚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용서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 기도가 하나님과의 화해뿐만 아니라, 서로 간의 화해를 위한 기도라고 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용서를 베풀지 않는다면, 이는 위선이 될 수 있습니다. 오리게네스는 우리가 다른 이들을 용서함으로써 하나님의 자비에 참여하게 된다고 보았고, 그리스도의 은혜를 반영하는 행위로서 용서를 강조했습니다.


어거스틴

어거스틴은 이 구절을 신학적으로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신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이 기도가 인간의 죄와 하나님의 은혜의 관계를 잘 드러낸다고 설명했습니다. 어거스틴에게 죄는 "빚"이며, 인간은 이 빚을 갚을 수 없고, 오직 그리스도의 속죄를 통해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어거스틴은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한 것 같이"라는 구절을 통해, 하나님께 용서를 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도덕적 요구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진정한 용서는 단순한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것으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진정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라고 보았습니다. 즉,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용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마르틴 루터

마르틴 루터는 주기도문을 신학적 주장뿐만 아니라, 기독교인의 일상적인 삶의 가이드로 해석했습니다. 그의 소교리문답에서 루터는 "빚"이 죄를 의미하며, 이는 우리가 매일 하나님께 용서를 구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죄를 짓기 때문에, 하나님의 용서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루터는 우리가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사람을 용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조건적인 거래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가 어떻게 우리에게 주어지는지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영이라고 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용서해 주셨듯이, 우리는 다른 사람을 용서함으로써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그 은혜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루터는 용서를 거부하는 것이 관계를 해치고, 하나님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용서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며, 우리가 받은 용서가 우리의 삶을 치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존 칼빈

존 칼빈은 이 기도가 하나님의 자비와 인간의 의존성을 인정하는 기도라고 보았습니다. 칼빈은 "빚"을 하나님께서 용서해 주셔야 하는 죄로 해석했으며, 이 용서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의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칼빈에게 용서는 인간이 이루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로 받아야 할 것입니다. 칼빈은 우리가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의무라고 보았습니다. 용서는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처럼, 우리도 그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용서하신 것처럼, 기독교인도 다른 사람을 용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용서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세상에 증거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칼빈은 또한 용서가 단지 마음 속의 태도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관계에서 실천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용서는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공동체 안에서 회복과 화해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고 보았습니다.


디트리히 본회퍼 

디트리히 본회퍼는 용서를 제자도의 중요한 부분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용서가 단지 개인적인 행위가 아니라, 공동체 내에서 중요한 실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본회퍼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용서는 무조건적이고, 때로는 그 누구도 회개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용서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본회퍼는 용서가 악을 용납하는 것이 아니며, 죄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악에 대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기독교인은 자신이 항상 용서받아야 할 존재임을 알고, 다른 사람을 용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본회퍼에게 용서는 신앙의 본질적 표현으로, 그것은 단순히 과거의 잘못을 덮는 것이 아니라, 죄를 용서하고 화해를 이루려는 적극적인 행동입니다. 본회퍼는 교회가 용서와 화해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용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공동체 회복의 중요한 기초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현대 신학자들

20세기와 21세기의 해방 신학자들과 윤리학자들은 용서가 개인적인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윤리적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구스타보 구티에레즈, 레오나르도 보프, 미로슬라프 볼프와 같은 신학자들은 용서를 정의와 결합해 해석했습니다. 구티에레즈는 용서가 단지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사회적 불의와 억압을 해결하는 과정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로슬라프 볼프는 용서가 정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의 악순환을 끊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셨기에, 우리는 개인적으로도 용서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용서를 통해 신앙 공동체는 화해와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론

기독교 용서의 근본적 성격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라는 구절은 기독교 신앙에서 용서의 근본적인 성격을 잘 드러내는 기도입니다. 오리게네스의 영적 해석에서 어거스틴의 윤리적 통합, 루터의 목회적 실천, 칼빈의 하나님의 주권 강조, 본회퍼의 제자도의 강조까지, 이 구절은 용서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하나님과의 관계, 공동체 내의 관계, 그리고 사회적 정의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임을 분명히 합니다. 이 구절은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그 은혜를 실천해야 한다는 도전이자 초대입니다. 용서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세상에 증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기독교인의 삶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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